꿈.


꿈을 꿨다. 꿈에서도 어제 낮처럼 계속 면담을 했다. 같은 말을 반복해야 했다.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미 신중하게 결정했고 기회를 보고 모험을 하려 합니다.”

“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그런데 이미 신중하게 결정했고 기회를 보고 모험을 하려 합니다.”

꿈에서도 기진맥진했다.

 

자다깼고 다시 잠들었다.

 

유시민 작가가 등장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야기 말미에 유작가가 말했다.

“나도 평소에 소설이란걸 한 번 써보고 싶었는데… 우리 릴레이 연재해볼까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연재 주기를 정하고 내가 먼저 써보기로 했다. 주제와 인물을 정하는 생각에 순간 신이 났다.

 

그러곤 예상대로 알람소리에 잠이 깼다. 하.

그래도 후반전 꿈이 설레는 꿈이어서 잘됐네 싶었다. 2:1로 뒤집는 역전골을 넣은 기분.

내일일은 알수가 없지.

오랜만에 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

삼일 내내 앓다가 약이 들기 시작하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러다 쓸데없는 창작욕이 일어났다. 돈을 꾸역꾸역 내면서도 관리도 제대로 안한 사이트에 들어왔다.

최근에 본 영화 리뷰를 썼다. 리뷰를 쓰는 관점에 대해 늘 헷갈린다. 이 헷갈림은 홈페이지의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직업적 평론가 내지는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고 썼다면, 영화 자체에 대해 제3자 시점에서 뜯어내고 곱씹어보고 썼을 것이다. 그러나 내 홈페이지 올리는 글이기 때문에 그렇게 쓰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그래서 나에게 투영되고 적용된 영화에 대해 써보려고  시도한다. 그러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뭔가 어정쩡한 리뷰가 써진다. 차라리 다음부터는 평론가투를 흉내내서 쓰고, 개인적인 감상은 따로 분리해봐야겠다. 근데 그럼 여기에 올리는 의미가 있나 모르겠다.

 

지난 몇 주간 알수가 없는 내일들을 보냈다. 그러다 마음과 몸이 축났다. 그리고 이런저런 계기로 개인사에 조만간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지난 일 년간 몰두했던 것들을 버려야 했고, 희망고문일지 다가올 미래일지 모르는 보이지 않는 기회를 버려야 했다.

변화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사실 변화가 일어난 것도 내가 능동적으로 택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어서 궁색한 측면이 있다. 다시 말을 바꿔보면서 변화를 결정하는데 도움된 사실들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 물들어감. 내가 생각하는 리더상과 전혀다른 사람들과 일하면서 그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알게 모르게 닮아갈까 두려웠다. Give and take 식 성과보상, 눈에 보일때만 잠깐 주어지는 당근, 평소하는 말과 다른 의사결정, 대결적 의사소통 방식, 본질을 벗어난 것에 대한 지적, 지나친 섬세함의 함정.
  • 삶의 균형이 무너짐. 무엇이 문제였는지 차근차근 돌이켜보려고 하는데, 대충 정리해보면 일의 끝이 없었다. 나는 야근하거나 주말에 나와서 일하는걸 지극히 싫어한다. 그래서 일이 오면 대충 데드라인을 정하고 그에 맞춰서 일을 한다. 그런데 지금 하는 일은 왠지 모르게 집에서까지 신경써야 했고, 주말에도 내 생각을 괴롭혔다. 그러니 일의 능률이 오를리 없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가족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니 삶의 여유가 모두 없어진 느낌. 나는 한량기질이 있어서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해야 에너지가 솟는데 그런 것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지나니 몸이 축났다. 그래서 최근 3일 그런 것들이 터진게 아닐까 싶다.
  • 그리고 ‘때’. 뭔가 상황이 만들어지는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  이게 결정적으로 변화를 결정하는데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그럼 이 참에 반대로 현재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했던 몇가지 이유도 정리해보고 싶어진다.

  • 일에 대한 책임과 같이 일하는 후배들에 대한 걱정. 혼자 거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었고, 아래 신입사원이 고군분투하고 있었기에 지금 빠진다는 것이 신의에 맞는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 이건 때가 풀어줬다.
  • 지지해준 사람들에 대한 보답. 내가 이 팀에 속해있는 걸 돌이켜보면 누군가 나를 내 됨됨이보다 잘봐주고 인정해주어 지금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부족한 실력, 경험을 ‘지금까지 그랬듯 하면 잘할거에요’라는 믿음을 보내주어 여기 있을 수 있었다. 이건 앞으로도 생각이 날 것 같다. 감사함으로, 아쉬움으로.
  • 사람들. 일을 할 때 무엇보다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뭘 하든 편할 수 있었고, 어느 층을 가든 농담 한마디 건넬 사람이 있어서 좋았다. 도움을 참 많이 받았고 다들 좋게좋게 봐주셨다. 만약 남아있었다면 이 분들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다른 기회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 반성. 많이 기도하지 못했다. 만약 매일 의지했다면.

 

새로운 변화안에서도 내일일은 알수가 없다. 그래서 기도가 먼저다. 의지하지 않으면 바로 무너진다.

 

다시, 베트남

여기는 호치민. 지난 달에 이어 올들어 베트남은 두 번째, 국외 출장은 세번째다.

그 사이 잊고 살던 영어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확실히 와보고 직접 부딪혀보니 절실함도 생기고 어떤 부분을 보완해야하는지도 몸소 느끼게 된다.

글이 없던 동안 일 스트레스가 많았는지 이명과 눈마름증도 겪었다. 요즘은 간헐적으로 줄긴 했지만 가끔씩 다시 찾아온다.

 

그간 믿음에 대한 의심은 없었지만 믿는다는 사람으로서 마음이나 태도, 행동은 형편없었다. 주일 예배는 자리에 앉아 시간을 때웠고, 의지하거나 바라지도 않고 혼자 아둥바둥거렸다. 혼자 해결할수 없는 것들로 고민하니 해결이 될 턱이 있나.

최근에서야 다시 붙잡고 의지하고 그 와중에 아 이런게 시험인가 하는것도 경험했다.

다시 새 마음으로 마음을 다진다. 기초를 일으켜 세워야 한다. 몇 주간 분명했던 메시지를 따라..

걱정하지 말아라, 의지 해라, 그리고 경외해라.

 

살기 위해, 글을.

살기 위해 앞으로 이곳에 글을 쓰지 않으면 안된단 생각이 덜컥 들었다.

사실이다. 글을 써야 한다.

보고서가 아닌 글을.

여기에.

자주.

 

길을 걷다가. 

아이를 재우러 아기띠를 매고 골목길을 어기적어기적 배회했다. 기분과 눈을 환기하기 위해 가능한한 몰랐던 길, 새로운 길을 찾아 이 골목 저 골목을 뒤뚱거리며 쏘다녔다.

갤러리가 딸린 커피가게, 아니 커피숍이 딸린 갤러리, 요란한 음악을 막 틀어놓은 펍, 자전거 병원, 아기용품과 애견용품을 같이 파는 가게, 어김없이 모퉁이를 차지하고 있는 편의점, 타투가게, 또 커피가게, 막 생긴듯한 우동집.

그러다 코를 찌르는 본드냄새가 진동하는 곳을 지나쳤다. 본능적으로 미간을 지푸리고는 발걸음 속도를 늦추고, 냄새나는 곳으로 스윽 쳐다봤다. 분재집인지, 커피가게인지, 빵집인지 알수 없지만 개점을 준비하고 있는 듯 한 풍경이 펼쳐졌다.

그 조그마한 가게 안 한 가운데 어둑한 조명 속에 주인인 듯한 부부가 앉아서 유리에 붙일 인테리어 장식에 접착제를 바르고 있었다. 길다란 검은색 업소용 선풍기가 부부 옆에서 달그닥 돌아가며 땀을 식혀 줬다.

아내로 보이는 여성은 희미하게 웃으며 장식재를 붙잡고 있었고, 남편일 남성은 송글송글 맺힌 땀을 개의치 않고 열심히 쓱쓱 접착제를 발랐다.

순간 남성분이 고개를 들었고 어느새 발걸음을 멈추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 민망함을 감추고 남성은 땀을 닦고 나는 눈을 길로 향하고 발걸음을 다시 옮기기 시작했다.

뭘까.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나를 스쳐간 생각과 감정들은. 나도 나의 일을 하고 싶다. 잘할 수 있을까. 부럽다. 자금은 어떻게 마련했을까. 근데 뭐하는 가게일까. 원래 어떤일을 하다가 하시게 됐을까. 나도 내일을 하면 참 잘할텐데. 근데 실패하면 어쩌지.

 

그리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스마트폰 메모를 열어 미친듯이 글을 쓴다. 그러고 나서 지금에서야 생각한다.

 

아 이렇게 생각이 너무 많아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구나. 에이그.

아이가 마침내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