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입으로 ‘칙칙폭폭’ 흉내내던 기차 대신 지하철을 타고 ‘슝~’ 하고 소리 흉내만 내던 비행기까지 탔다. 올려다보던 구름은 신기하게도 내려다 보아야 보였다. 구름 아래엔 부드러운 물결 모양의 물색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얼리버드로 예약한 저가항공을 탔다. 기본으로 물 밖에 주지 않는다. 요깃거리나 식사거리를 면세구역에서 바리바리 싸들고 타야했다. 꼭 무슨 경주 수학여행가는 기차 같다. 계란도 삶아올 걸 그랬나?
저가항공을 타면 느끼는 불안감이 있다. 작은 기체로 인한 안전에 대한 불안감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아닌가?) 그런 일반적인 것(?) 외에 유독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은 이상한 불안감이 있다. 승무원에게 뭔가 요구하면, 승무원이 (자신이 소속된 회사임에도) ‘저가 항공 이용하는 주제에 바라는 것도 많아!’, ‘물 아니면 얘기하지 마세요!’ 라고 말할 것만 같다. 그렇게 저가 맞게 승무원의 응대 태도나 서비스도 저가인 것 같고 결론적으로 나 또한 저가가 된 느낌이랄까?
평소에 실용적인 유로피안 마인드(?)의 소유자인 척 하고 살았다. 그런데 내 안에는 이런 자격지심과 허세가 있나 싶어 남몰래 등줄기에 땀이 한줄 지이익 하고 흘러내린다. 침을 삼키면 웅하고 기압 때문에 갇혀있던 소리들이 펑하고 뚫리는 것처럼, 내 안에 웅하고 숨겨져있던 건전하지 않은 저가의 생각들이 표면에 펑 하고 드러난 것이다. 모순 덩어리다. 해결되지 않는 인지부조화. 표리부동.
한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창 아래 펼쳐진 태평양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리하고 있는데, 뜬금없이 사라진 말레이시아 항공기의 행방이 궁금해졌다. 어디에 갇혀 있는 걸까? 미지의 우주를 탐사하는 인류가 고작(?) 지구 안에서 사라진 물체 하나를 찾아내지 못한다니! (게다가 저가 항공도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