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02

네 시에 온유를 어린이집에서 픽업하여-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 아기와 함께 놀러갔다. 정말 오래간만에- (왜냐하면 그동안 임신기간&겨울이라 함께 못 타줬으므로) 온유와 함께 시소를 타고 미끄럼을 타고 잠깐이지만 재밌는 시간을 보냈다. 날은 많이 따뜻해졌지만 바람이 아직 차, 온유는 “우리 이제 그만 집으로 들어갈까?”라고 했다.

수요일이라 친정엄마도 안계시고, 남편도 저녁약속으로 늦게 들어오는 날. 낮잠 밤잠 모두 잘 자던 순둥순둥 주안이는 요새 아랫니가 올라오는지(하얗게 점처럼 이가 보인다. 온유는 돌 지날 때에도 겨우 아랫니 두개, 윗니 네개가 나고 있었는데!) 밤낮을 불문하고 자주 왕왕 울곤한다. 주안이를 안아가며 업어가며 온유와 함께 놀이하고, 저녁을 준비해 먹었다. 내 입에도 밥이 들어가고 온유 입 속에도 밥을 넣어주는 동안, 등에서는 주안이가 왕왕 울었다😪

오늘은 대충 양치만 하고 재우자 했는데, 온유가 바지에 쉬야 실수를 해 버렸다. 방에서 주안이가 모빌을 보는 동안 온유를 부랴부랴 씻겼다. (쉬야에 젖어버린 바지는 아직도 화장실에 그대로 있다… 방금 생각남💦)
방에 들어와 온유와 함께 자동차 놀이도 하고, 몸 놀이도 해줬다. 늦을 것 같다는 남편의 연락에 그냥 재워야겠다 싶어 불을 끄고 누웠다.

그놈의 레고- 비행기 레고에 자동차 레고를 붙여서 놀았었는데 그게 자꾸 떨어졌나보다. 불 끄고 나서 주안이는 왕왕 울어 누운 채로 수유를 하는데 등 뒤에서 온유가 계속 우는 소리로 짜증을 냈다. “자꾸 망가져! 엄마 이거 해줘! 빨리! 엄마 나빠!”… 거의 10분을 온유가 등 뒤에서 소리 지르는 동안, 누워 수유하는 채로 블럭을 요구대로 끼워주고 했지만 계속 온유가 원하는 건 되지 않았나보다. 결국 폭발한 나는, 더 이상 울며 소리지르면 블럭을 다 갖다 버린다고 소리치고 말았다…..
“엄마 나빠!!!” 라고 소리 치는 온유를 일으켜 세웠다. 불꺼진 방에 나도 앉았다. 온유가 울며 “엄마 잘못했어요. 죄송해요”라고 했다가 또 다시 “이거 안된단말야. 엄마 나빠!”라며 날 때리는 시늉을 했다. 순간 움찔했는지 내가 보기만 했는데 “엄마 미안해요. 잘못했어요”라고 했다. 뭐가 미안한데? 뭘 잘못했어?라고 물으니- 엄마 이렇게 때리려 한거, 엄마 나빠 한거가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안아달라고 했다. 눈물이 났다. 온유를 안고, 엄마도 미안하다고 했다. 온유껀데 엄마가 버린다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더 꼭 안았다. 온유도 날 꼭 안아줬다.

그리고 다시 같이 누웠다.

잠시 후 온유가, “엄마 속상하게 해서 미안해요”라고 말해줬다. 나도 “응 엄마도 미안했어”라고 얘기했다. 온유가 “응 내꺼 엄마가 갖다 버린다고 해서 온유가 속상했어.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라고 했다.

갑자기 “아빠는 지금도 맘마먹어? 아빠 보고싶어”란다. 응, 아빠 아직도 식사하시나본데, 하니 아빠가 보고싶다며 온유가 울었다. 여쭤볼까? 하니 전화해보자고 했다. 아빠와 통화를 마친 뒤에도 조금 울먹거렸다. “눈물이 계속 나와. 눈물이 안그쳐”

한참 누워있는데 온유가 내일 아침되면 레고를 다시 조립하자며 블럭을 다 떼어냈다. 그리고 아빠 오는 소리에 신나서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왠지 아빠를 껴안고 우는 듯 했다.

그리고 다시 누워 잠이 들었다.

부모도 사랑을 받는다.

오늘 저녁도 온유가 참 잘 먹어준다.
요즘 밥맛이 도는지 잘 먹는 온유가 참 사랑스럽다.

  • 온유야 오므라이스 맛있어?
    “응 맛있어!”
  •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엄마가 온유 맘마 만들어줬으니까 온유가 고마워”

순간 말문이 막혔다.
그저 안아줄 수 밖에 없었다.
“엄마 사랑해요”
주책맞게 눈물이 나왔다.

늘 내가 희생하고
늘 내가 주는 입장이라 생각했는데.
자식은 부모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부모도 사랑을 받는다.
부모도 자식의 사랑을 먹고 부모가 된다.

image

  • 뽀나스.
    밥먹으며 아이유 노래를 듣는데, 아이팟에 떠 있는 아이유 음반 자켓 사진을 보더니 온유 왈,
    “이거 엄마야!”

엄마 아들덕에 횡재했네. 무려 아이유라니!
고마워^_^ 크크크

15.6.16.

이름도 생소한 에드워드 증후군.
병원에서 전화 한통을 받았다. 생각해보면 온유 때는 일하면서도 참 멀쩡했던것 같은데- 단지 나만 이래저래 힘들었을 뿐. 봄이는 초반부터 참 쉽지가 않다.
아기집에 피가 고여 유산의 위험이 높다고 하더니, 이제는 기형아 고위험군이라니.
18번 세염색체 이상 증후군. 50%가 유산되거나 사산하며 태어나도 90%가 10주 이상 살지 못하고 사망하는 전신에 따른 기형. 살아도 심각한 정신지체와 듣지못하고 말하지 못하고 아무리 길어도 10년을 넘기지 못한다는 보고. 다운 증후군과 다르게 합법인 인공유산.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듯 했으나 유리같은 내 멘탈은 이내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아.. 뭐가 이렇게 쉽지가 않지.
계속되는 검색에 검색.
나는 고위험군 산모 110명 중 한명이 될 확률을 가지고 있었고, 검사의 정확도는 80%. 염색체 이상 확진검사인 양수검사의 정확도는 99.9%. 양수검사로 인한 감염 및 유산 위험도는 2%. 양수검사 진행 시 정상으로 나오는 확률도 보통 90%정도. 참나 확률게임이라니..
역시나 병원에 가니 양수검사만이 답이라고 했다. 조심스럽게 돌려 얘기하지만 결론은 양수검사를 진행하여 정상으로 나와야만 임신케어를 해 주겠다는 얘기. 하긴.. 입소문 중요한 동네병원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겠지.
아이가 장애이면. 그것도 수명이 얼마 될지도 모르는 심각한 기형이면. 그 삶은 부모가 결정해도 되는 것인가. 뱃속에 있는 아기도 영혼이 있을까. 심장이 뛰고 있는 순간부터- 그 아이의 삶은 시작된 것 아닌가. 에드워드 증후군 확진이 나면. 우리는 손발이 다 생기고 엄마 저 여기 있어요- 하루에도 몇번 씩 나의 배를 두드리는 이 아이를 포기할 것인가.
오빠와 나는 양수검사를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우리의 의지로 소견서를 받았고 감사하게도 연계되어 있는 세브란스 병원에 바로 갈 수 있었다. 모르고 병원에서 예약해준대로 갔으나 알아보니 담당교수는 태아초음파로는 국내 최고라는 분. 대기시간이 길긴 했지만 요일과 시간이 잘 맞아 바로 진료를 진행할 수 있었다.
다행인건지 에드워드 증후군은 기형도가 심해, 정밀초음파로도 8-90%는 잡아낼 수 있다는 담당의 말씀. 18주의 이른 시기지만 바로 정밀 초음파를 진행했고. 정말 감사하게도 초음파 상의 이상은 아무것도 없었다. 다만 호르몬 수치가 낮기 때문에 조산과 저체중, 아이가 작게 성장할 확률이 높다는 것.
그리고 다시한번 확인한 씩씩한 아들. 나머지 10%의 확률이 찜찜하다면 확진검사인 양수검사를 진행해도 된다 했지만 우리는 하지 않기로 했다.
건강할 것이고. 혹 건강하지 않더라도 봄이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므로. 하나님이 부여하신 아기의 삶에 우리는 손 대지 않고 최선을 다 하기로.
참 많은 생각이 있었던 이틀.
둘째 아이라 많이 신경쓰지 못했고 기대하지 않았던 아들이라며 섭섭해 했던 못난 내 마음이 너무나 미안했다.
더불어 건강하고 지혜롭게 자라는 온유가 있음에 감사할 수 있었던 시간.
누군가의 말처럼- 계기가 되었던 이번 일. 게을렀던 기도에 대한 반성.

봄아. 사랑해.
온유형아가 엄마 아빠에게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 보물 인 것처럼.
너 역시 엄마 아빠 온유형아에게 하나님이 보내주신 선물, 보물이야.
건강하게 잘 자라서 겨울 되기 전 씩씩하게 만나자. 혹 건강하지 않더라도 엄마 아빠는 널 포기하지 않을거야. 최선을 다해 사랑할거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모래놀이장난감의 외출사건

“아이고 안녕하세요. 예쁜이~ 안녕~”
– 안녕하세요.! 온유야 할아버지께 인사해야지.
“예~뻐요! 인사도 잘~하네!”
우리 동 경비 할아버지는 두 분이다. 하루씩 교대로 근무하시는데, 그 중 한 할아버지가 온유를 유독 예뻐하신다. 다른 일을 하시다가도 온유와 내가 지나가면 일부러 일어서서 온유에게 인사해주신다. 자길 예뻐하는 걸 아는지 온유는 두 경비 할아버지 중에서도 그 할아버지를 참 좋아한다. 감사한 마음에 들어오는 길에 산 홍시 봉지에서 두 알을 꺼내 드렸다.
– 씻어 드세요. 맛이 좋아보이더라구요.

“안녕하세요”
– 어, 안녕하세요. 여기 어린이집에 아기 보내시나봐요.
“네~ 몇 달 됐어요. 이제 곧 복직하니까요.”
아파트 1층에 있는 어린이집에 또 한명의 아이가 다니나보다. 우리집 같은 라인, 1층에 사는 아기다. 온유보다 7개월 늦은 아기는 꽤 순하게 보였었다.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육아휴직 중인 아기의 엄마는 아기와의 일상이 지루한지 늘 아기띠를 한 채로 아파트 주변을 서성였는데.. 이제 이 아기도 어린이집에 적응하게 되고 일하는 엄마를 기다리게 되겠지. 가끔 놀이터에서 만나면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던 상대가 하나 또 사라지는군.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어머나 애기가 고새 많이 컸네”
4층에 사시는 할머니시다. 바퀴가 달린 작은 의자를 끌고 다니시는데 거동이 많이 불편하신 모양이다. 그런데도 뵐때마다 항상 손에는 여러가지 도구를 쥐고 계신다. 어떤 날은 가로수 은행 열매 채취용으로 보이는 기다란 작대기, 어떤 날은 폐지묶음, 어떤 날은 기다란 집게. 오가며 많이 마주친 터라 얼굴이 익어 이제는 온유와 함께 인사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 아파트에서 살게 된 지도 어느 덧 만 4년을 채워간다.
둘이서 시작했는데 이제는 셋이 되었네. 내일은 한글날이군. 휴일인데 뭘 하며 보내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온유와의 외출에서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다.
집 현관 앞에는 박스 두 개가 놓여져 있다. 큰 박스 하나는 매주 토요일마다 돌아오는 재활용쓰레기 모음용, 또 다른 하나는 날이 좋을 때마다 아파트 옆 간이놀이터에서 온유와 자주 가지고 노는 모래놀이 장난감 셋트… 응? 어디갔지?
어디갔지???? 아까 나갈 때 만해도 분명히 있었는데!!!!!

온유 백일선물로 받은,, 모래놀이셋트 주제에 꽤 고급진 외관과 꽤 비싼 가격을 자랑하는 모래놀이장난감이 사라졌다.
아.. 놀이터에서 온유랑 모래놀이하면 꽤 폼나는 그런 장난감이었는데.
날이 좋으면 자주 나가서 노는터라 항상 모래가 묻어있어 현관 앞 박스에 잘 넣어뒀는데 갑자기 사라진 것이다.

‘아 대체 누가 가져간거야!!!!!!!!!!’
씩씩거리며 집에 들어오자마자 아무 종이나 꺼내들어 글씨를 휘갈겨썼다.

ㅡ7층 현관 앞 박스에서 아기 장난감 가져가신분 보세요. 대체 가져갈 게 없어서 아기 장난감을 가져갑니까? CCTV돌려보기 전에 어서 도로 갖다놓으세요. 참 양심에 털나셨네요!!!ㅡ

남편은,
1. 쓰레기 처리하기에 좋아보여서 어떤 노인들이 가져갔거나
2. 아기가 있는 집에서 가져갔을거라고 했다.

공휴일이 지나고 분이 덜 풀린 나는 아파트관리실로 향했다.
개인정보동의란에 서명을 하고는, 장난감이 없어진 당일- 아침부터 내가 외출했다가 돌아온 시간까지의 엘리베이터 CCTV를 확인했다.

이른 아침, 꽉 찬 핸드카트를 들고 나가시는 할머니
점심 즈음, 뭔가 가득 들어있는 등산가방을 들고 나가시는 할아버지
4층 할머니는 이 날도 저렇게 뭘 들고 자주 왔다갔다 하셨네.
1층 사는 아기엄마가 엘리베이터를 타네? 계단운동하나..

허탈한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 자신있게 써 붙인 종이를 떼어냈다.
‘에잇, 그래. 애초에 없어진걸 찾겠다는 기대가 쓸데 없었지..’
그리고 애써 씁쓸한 마음을 달래며 집으로 돌아왔다.
아.. 다음 달 괌에 놀러가면 온유랑 바닷가에서 모래놀이하며 멋지게 사진 한 컷 찍으려고 했었는데..
나중에 온유가 크면 넌 어렸을 때 이런 고급진 모래놀이셋트가 있었더라며 우쭐댈 수 있었는데.. 라는 쓸데없는 생각까지 들었다.
같은 걸 다시 살까 검색해보니 4만원이다. 4천원이어도 살까말까한 판에 4만원이라니. 비싸긴 하네. 에잇, 그냥 잊어버리자.

며칠이 더 지났다.

종일 온유랑 집에서 뒹굴거리던 나는 오후가 돼서야 저녁 찬거리가 없음을 깨달았다.
‘아, 귀찮아…. 나가서 사와야 하나’
세수도 안 한 얼굴로 모자를 썼다.
– 온유야, 엄마랑 어~야! 갔다올까?!

1층에 내려갔더니 온유를 예뻐하는 경비 할아버지가 계셨다.
그리고 그 앞에 1층 아기엄마가 평소처럼 아기띠로 아기를 안은 채 1층 복도를 서성거렸다.
– 안녕하세요.

차를 타고 마트를 갔다. 저녁 찬거리만 대충 산 뒤 30분 만에 얼른 집으로 돌아왔는데,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려는 순간..
응? 없어졌던 모래놀이셋트가 제 자리에 놓여있었다. 모래와 물기가 묻어있는 채로, 급하게 휙 던져진 듯.

머릿 속으로 그간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범인은… 당신 이었구나.

이틀이 지나고 아파트 관리실을 다시 찾았다.
– 안녕하세요, 지난번 아기 장난감때문에 CCTV확인했었던..
“네~ 안녕하세요, 어떤 일이신가요?
– 하나만 더 확인하고 싶은게 있어서요.

2014/10/15 17:25:02 #1층 복도 CCTV
남색 모자를 쓴 나와 빨간색 모자를 쓴 온유가 외출을 한다.
경비실 쪽으로 우리는 누군가에게 인사를 한다.
아기띠를 한 아기엄마는 쭉 그랬 듯 왔다 갔다 복도를 서성인다. 그리고 잠시 후 오른쪽 복도 끝으로 들어간다.
잠시 후 아기띠와 워머를 착용한 채로 엘리베이터를 탑승한다.

2014/10/15 17:30:15 #엘리베이터 CCTV
엘리베이터에 탄 1층 아기엄마는 “9층”을 누른다.
워머를 덮은 아기띠 속 아기는 잠잠히 있다. 아기 엄마는 아주 잠깐 CCTV를 응시한 뒤 바로 왔다 갔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린다.
9층 도착, 아기 엄마는 내려 왼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2014/10/15 17:35:25 #1층 복도 CCTV
계단 방향으로 아기엄마가 내려왔다.

2014/10/15 18:02:30 #1층 복도 CCTV
외출한 온유와 내가 돌아와 엘리베이터를 탑승한다.

이렇게 온유의 꽤 고급진 모래놀이장난감은 근 일주일 간의 외출을 마치고 제 자리로 돌아왔다. 아, 삽 하나를 잃어버린채로..
경희언니는 말했다.
“마주치면, 왜 삽은 빼셨어요? 라고 물어봐!!”

이제는 동네에서 낯선 사람과 말을 섞지 않는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우리 동 사람으로 보이는) 아저씨나 아줌마가 온유에게 인사해도 평소처럼 “온유야 너도 인사해야지”라고 하지 않는다. 그저 미소만 지어보인다.
어쩐지 씁쓸해졌다.
그리고, 옆 집 아기엄마에게만 살짝 얘기해두었다.
– 모래놀이셋트 찾았어! 범인은… 나중에 이사가게되면 알려줄게.. 복도에 뭐 내놓고 그러지마.

그 새 바람이 많이 차가워졌다.

물티슈- mom ver.

작년에 친구 취업선물조(?)로 가입한 현대카드- 모르고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vip카드 영업이었다나 뭐라나- 암튼 20만원이나 되는 연회비를 내야하는 시점이 코앞이라 미처 쓰지 못한 바우처를 주말에 부랴부랴 써버리고, 아. 바우처는 고민끝에 j호텔에서 썼는데 15만원짜리 점심치고는 영 별루였….거나 말거나 졸린 아드님이 하도 정신없게 구는 통에 한 달 아드님 반찬값과 맞먹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콧구멍으로 들어가는지도 몰랐다. 25,000원짜리 생 오렌지 쥬스를 2,500원짜리 요미요미 원샷하듯 쭉 마셔주신 아드님.. (아줌마가 되고나서 금액을 말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ㅠㅠ)
암튼 저녁에 남편에게 내일 카드 해지할거야! 라고 선언한 순간, 남아있는 포인트가 생각난 것이다.!!
난 알뜰한 가정주부가 되었으므로. (응?) 그 포인트도 다 써버리고 해지를 해야한다는 알 수 없는 의무감에 포인트 사용처를 마침 다 떨어져가는 아드님 물티슈를 사는 곳에서 찾기로 했다.

거참. 물티슈 샀다는 말 하기 참 길기도 하네.

그리고 물티슈는 총알 배송으로 화요일에 도착. 그리고 그 주 주말에 그 물티슈에 유해성분이 있다는 기사가 났다고.. 친한 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놔. 한 박스 사놨는데ㅠㅠ

“헐. 정말? 그래?” 류의 통화가 끝난 뒤, 남편이 무슨 일이냐 묻는다.
시큰둥하게(아무렇지도 않은 듯. 당연히 지난주에 한박스 사놓은 게 맘에 걸려서. )
“어, 물티슈에서 뭐가 나왔다나봐”

남편은 이리저리 기사를 찾아보며 읊어주었다. 티 안나게 이미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며 기사를 찾아본 후 였다.

짜증이 확 밀려온다.

사실 강아들 태어난 직후 선물받은 순*물티슈도 한박스 다 써버린 후에 유해성분 난리가 났었고, 그 뒤 조금 비싸더라도 괜찮다는 물티슈를 찾고 찾아 정착한 게 이번 물티슈였는데.
태어나서부터 항문 옆에 농양이 있었던 아들 덕에 다행인지 뭔지 용변처리엔 물티슈를 잘 안쓰는 습관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손이며 입이며 톡톡 뽑아 쓰기 편한건 물티슈만한게 없었기 때문에 더더더 짜증이 밀려왔다. 차라리 용변용으로만 쓸것을.

아무튼. 이미 질러버린 물티슈는 써야한다. 남편이 “환불되겠지”라고 말했을 때 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이미 해지해버린 카드 포인트로 산 저 물티슈 한 박스는 환불도 할 수 없다..

며칠 뒤 아들이 환장하는 포도를 내어주며 아빠랑 같이 먹어~ 한 뒤 설거지 후 방으로 들어왔다. 물론 포도를 얌전히 먹는 아들이 아니다. 손으로 이리 쥐고 저리 쥐고, 이리 뚝뚝 저리 뚝뚝. (우리 집 바닥을 매일 걸레질도 아니고 무려 스팀청소기!를 돌려야 하는 이유이다) 남편이 물티슈를 톡톡 뽑아 닦고, 또 톡톡 뽑아 닦는데 난 물끄러미 바라봤다. 아무 말 하지 않고, 그 행동에 마치 동의하듯이.

사실 우리집엔 가끔 걸레용 물티슈(마트 특가로 나오는 저렴한)가 있었는데, 그걸 잘 모르는 남편이 이 물티슈를 바닥 닦는 용도로 쓰려할 때는 “이거 비싼거야!”라며 싼 물티슈를 쥐어주곤 했었던 나였었다. 왠지 그동안의 잔소리가 미안해졌다.

그동안의 잔소리가 미안하기도 하고, 눈치 빠른 남편이 물끄러미 바라본 내 모습에 뭔가 움찔하는 것 같아 난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한마디 툭 던졌다.

“그 기사나고 나서 왠지 물티슈 대충 뽑아 쓰게 되는것 같지 않아?”

왠지 모르게 남편은 자긴 그렇지 않다는 듯 무심히 말했다.

“에이, 뭐 꼭 그런가? 별일 있겠어? 아껴 써야지.”

항상 남편의 생각은 나보다 위다. 결혼 전 까지 다섯 살 많은 친정오빠에게 명령당하고(?) 읽혀져 왔던 내가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남편은 늘 내 생각보다 먼저고, 상위에 있고, 한 수 위다.
인정하고 싶지 않기에 매번 반항하긴 하지만 내가 남편을 이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만 그런가. 그래, 아껴 써야지.”

그리고 오늘 문제의 물티슈 회사에서 억울하며 제품은 유해성이 없으며 회사가 한순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했으며 회사를 음해한 기사를 작성한 기자는 잠적해버렸다는 기사가 나왔다.

너 그 물티슈 쓰지않냐는 지인의 연락에 덤덤하게 말했다. 응 어차피 대안이 없어 최소한으로 그 물티슈를 계속 쓰기로 했다고.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은,

이 무책임한 기래기같으니라고.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