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없는 시간들.

둘째 아이 출산으로 반쪽 주부가 되어 첫째 아이를 챙기고 있다.

어린이 집에 데려다 주고 끝날 때 쯤 다시 가서 데려온다. 아침을 챙겨준다. 아침에 입을 옷을 고른다. 기저귀가 많이 젖었는지 확인한다. 목욕을 시킨다. 쓰레기 분리수거를 한다. 청소기로 대충 방을 청소한다. 이불을 정리한다. 세탁기를 돌린다. 빨래를 넌다. 빨래를 걷어 서랍에 넣는다. 어린이집 일일생활기록부를 작성한다.

이 많은 일들을 내가 일에 치여 살아갈 때 아내도 치이며 살고 있었구나. 하나씩 해나가면서 아내의 그림자를, 뒷모습을, 흔적들을 발견한다. (사실 나홀로 잘 해낼 자신이 없어 호출한 아이의 할머니들과 고모께서 나보다 더 지대하게 어미의 역할을 대신하고 계시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일인 아이를 재운다. 첫째 아이는 생애 처음으로 엄마와 분리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엄마의 배를 만지작 거리며 잠에 드는데, 나의 배를 만지기 시작한다. 노래를 불러달라고 한다. 엄마가 보고싶다고 뜬금없이 이야기 한다. 그래도 대견하게 잘 견디고 극복하고 있는 듯 하다. 오늘은 병원에서 나오는데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는 병원에서 자, 온유는 집으로 가서 잘게.”

어느 때는 너무 어른스러워서 놀라고, 어느 때는 너무 아가같아서 놀란다. 애처롭다.

아내가 냉장고에 적어 붙여놓은 빨래방법, 냉장고 속 내용물 목록, 어린이집 준비물 목록을 계속 컨닝하며 더 챙길게 없는지 살핀다. 배가 볼록 나온 만삭의 몸으로 몸을 수그리고 목록을 적는 모습을 상상한다. 애처롭다.

평범하지만 그럭저럭 행복한 삶의 뒷편에는 이렇게 가족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각자의 역할과 노력이 숨어있다. 아내가 없는 시간들은 이렇게 모두모두 애처로워보이지만, 그 보이지 않던 것들이 표면에 드러나 절로 그 시간들을 가늠해보게 될 때 찾아오는, 따뜻하게 벅차오르는 애틋함이 있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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