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일은 알수가 없지.

오랜만에 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기.

삼일 내내 앓다가 약이 들기 시작하면서 정신을 차렸다. 그러다 쓸데없는 창작욕이 일어났다. 돈을 꾸역꾸역 내면서도 관리도 제대로 안한 사이트에 들어왔다.

최근에 본 영화 리뷰를 썼다. 리뷰를 쓰는 관점에 대해 늘 헷갈린다. 이 헷갈림은 홈페이지의 속성 때문이기도 하다. 아마 직업적 평론가 내지는 누군가에게 의뢰를 받고 썼다면, 영화 자체에 대해 제3자 시점에서 뜯어내고 곱씹어보고 썼을 것이다. 그러나 내 홈페이지 올리는 글이기 때문에 그렇게 쓰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그래서 나에게 투영되고 적용된 영화에 대해 써보려고  시도한다. 그러다보니 이도저도 아닌, 뭔가 어정쩡한 리뷰가 써진다. 차라리 다음부터는 평론가투를 흉내내서 쓰고, 개인적인 감상은 따로 분리해봐야겠다. 근데 그럼 여기에 올리는 의미가 있나 모르겠다.

 

지난 몇 주간 알수가 없는 내일들을 보냈다. 그러다 마음과 몸이 축났다. 그리고 이런저런 계기로 개인사에 조만간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지난 일 년간 몰두했던 것들을 버려야 했고, 희망고문일지 다가올 미래일지 모르는 보이지 않는 기회를 버려야 했다.

변화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사실 변화가 일어난 것도 내가 능동적으로 택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어서 궁색한 측면이 있다. 다시 말을 바꿔보면서 변화를 결정하는데 도움된 사실들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것 같다.

  • 물들어감. 내가 생각하는 리더상과 전혀다른 사람들과 일하면서 그 사고방식이나 행동양식,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알게 모르게 닮아갈까 두려웠다. Give and take 식 성과보상, 눈에 보일때만 잠깐 주어지는 당근, 평소하는 말과 다른 의사결정, 대결적 의사소통 방식, 본질을 벗어난 것에 대한 지적, 지나친 섬세함의 함정.
  • 삶의 균형이 무너짐. 무엇이 문제였는지 차근차근 돌이켜보려고 하는데, 대충 정리해보면 일의 끝이 없었다. 나는 야근하거나 주말에 나와서 일하는걸 지극히 싫어한다. 그래서 일이 오면 대충 데드라인을 정하고 그에 맞춰서 일을 한다. 그런데 지금 하는 일은 왠지 모르게 집에서까지 신경써야 했고, 주말에도 내 생각을 괴롭혔다. 그러니 일의 능률이 오를리 없는 것은 당연했다. 게다가 가족생활까지 영향을 미치니 삶의 여유가 모두 없어진 느낌. 나는 한량기질이 있어서 책도 보고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사람도 만나고 해야 에너지가 솟는데 그런 것 생각해볼 겨를도 없이 지나니 몸이 축났다. 그래서 최근 3일 그런 것들이 터진게 아닐까 싶다.
  • 그리고 ‘때’. 뭔가 상황이 만들어지는 모습들을 보게 되었다.  이게 결정적으로 변화를 결정하는데 마침표를 찍어주었다.

 

그럼 이 참에 반대로 현재에 머물러야 한다고 생각했던 몇가지 이유도 정리해보고 싶어진다.

  • 일에 대한 책임과 같이 일하는 후배들에 대한 걱정. 혼자 거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었고, 아래 신입사원이 고군분투하고 있었기에 지금 빠진다는 것이 신의에 맞는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 이건 때가 풀어줬다.
  • 지지해준 사람들에 대한 보답. 내가 이 팀에 속해있는 걸 돌이켜보면 누군가 나를 내 됨됨이보다 잘봐주고 인정해주어 지금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부족한 실력, 경험을 ‘지금까지 그랬듯 하면 잘할거에요’라는 믿음을 보내주어 여기 있을 수 있었다. 이건 앞으로도 생각이 날 것 같다. 감사함으로, 아쉬움으로.
  • 사람들. 일을 할 때 무엇보다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뭘 하든 편할 수 있었고, 어느 층을 가든 농담 한마디 건넬 사람이 있어서 좋았다. 도움을 참 많이 받았고 다들 좋게좋게 봐주셨다. 만약 남아있었다면 이 분들 덕분에 한결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었을 것이고 다른 기회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 반성. 많이 기도하지 못했다. 만약 매일 의지했다면.

 

새로운 변화안에서도 내일일은 알수가 없다. 그래서 기도가 먼저다. 의지하지 않으면 바로 무너진다.

 

CC BY-NC-SA 4.0 This work is licensed under a Creative Commons Attribution-NonCommercial-ShareAlike 4.0 International License.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