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7월 4일이 되면, 1년치 홈페이지 비용을 새로 낸다.
7월 4일. 7월 4일은 군제대한 날짜다. 제대하자마자 홈페이지 도메인, 호스팅비를 갱신한 탓이다. 나이가 먹어가면서 글의 흔적, 나의 흔적이 남는 것에 대한 부담으로 자주 써야겠다는 다짐은 없던 것이 되고만다.
오랜만에 이렇게 날짜로 된 제목을 정하고 글을 쓰게 되었다. 어제 첫째와 갔던 교보문고에서 봤던 문구가 하루 넘게 내 머릿 속에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치유를 동반한다”
그럼 나에게 치유할 문제가 있다는 건가? 음, 문제라기보단 생각할 거리는 늘어나는데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질 않는 것들이 많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책임감과 삶의 무게, 그리고 40이 되면서 생긴 조바심이 한데 뭉쳐있다. 아이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고 싶은 마음, 회사가 커가면서 늘어가는 신경써야할 것들, 가족-친구간의 관계에서 마냥 평온하고 편안하고 싶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 무엇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이 든다.
어느 것 하나 정리가 안되다보니, 의욕적으로 계획했던 일도 ‘되는대로’ 하게 된다. 하루에 최소한의 시간을 내서 아이들과 놀아주기, 피아노 연습하기, 같이 말씀보기, 간단한 근력운동하기. 이런 계획을 세웠다가 신경쓸 거리가 조금이라고 생기면 그냥 ‘순간을 잊기 모드’로 전환한다. 가끔, 아니 자주 ‘그냥 생각하지말고 잠이나 자자’ 하면서. 그러다보니 정리하지 못한 스트레스는 쌓여가는데,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무엇부터 다시 돌아봐야할지 잘 모르겠다. 그나마 오늘은 뭔가 나아질까? 하는 심정으로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글을 써본다.
도대체 이 두려움의 실체는, 본질은 무엇인걸까? 감당하지 못할 무게를 지고 사는걸까? 단순한 문제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걸까?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니라 상황일 뿐인데 해결해보려 의미없이 아둥바둥하는 걸까? 모르겠다.
모르겠다고 하면서도 최근에-아니면 글쓰는 지금 이 순간일수도 있다- 내린 결론이 있다. 앞으로 살아갈 집과 쓸 돈의 (상대적? 절대적?) 결핍 때문인가? 참 이상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상하다기 보단 불안을 부추기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모두가 집이든 주식이든 로또든 한방을 노리고, 유희적인 일에 많은 재능들과 돈이 모인다. 하는 일만 열심히 하는건 순진한, 현상유지에 불과한 몸부림일 뿐이다. 노동의 가치가 이렇게 의미없던 시대가 있었던가? 이런 생각들이 날 불안 속으로 이끌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요즘 지루한 책들을 읽고 있다. 그나마도 집중이 잘 안되어서 꾸역꾸역 읽고 있다. 물리적 결핍은 해소가 안될테니 조바심을 줄여가고, 마음의 결핍이라도 해소하겠다는 나름의 의지다. 사실 의지일 뿐이지 해결책을 찾은 건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뭔가 해결책을 스스로 찾고 있는 중이라고 위안에 가까운 말을 글 말미에 쓰는 것은 강박이다. – 이게 다 회사 보고서 때문이다- 글의 결론을 써야한다는 강박.
(이어지거나 또는 전혀 다른 이야기)
며칠 전 내 나이 대의 현재를 보여줄만한 소설 소재를 생각해냈다. 그런데 첫 문장도 쓰지 못하고 있다. 누군가에겐 결핍과 절박함이 글을 쓰는데 동력을 제공하겠지만, 마음과 시간의 (엄청난) 여유가 없으면 글이 써지질 않는다.
교보문고에서 본 어느 작가의 글귀 때문에 이렇게 주절주절 내 상태를 정리해보게 됐다. 아이들과 놀아주기로 했는데, 아이들이 집 앞 놀이터에서 알아서 놀면서 밖에 앉아서 글을 쓸 시간을 줬다. 이렇게 두서없는 독백은 오랜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