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홈메이드 커피.

어떻게 기둥을 이렇게 높이 세웠을지 궁금한, 천장이 꽤 높은 꼬깔을 씌워놓은 듯한 원형 천막 형태의 집에 들어서자 마자 이방인을 맞이하는 검은 피부- 사실 에티오피아 사람의 피부색은 검다기보다 커피색에 가까운 것 같다-의 주인은 낯선 언어로 자리를 권한다.

어설프게 현지 언어로 인사를 하고, 자리에 조심스레 앉아서 멀뚱히 하얀 이를 드러내며 ‘저는 좋은사람이에요’라는 신호를 보내자, 상대방도 나보다 더 하얗게 느껴지는 이를 드러내며 친근감을 표시한다.

바벨탑의 저주로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적막감이 익숙치 않은 나는 애꿏은 카메라만 만지작만지작 거린다.

이에 주인도 자연스럽게 자리를 떠나 돌덩이 두개 사이에 대충 풀떼기를 쑤셔넣고 불을 지피더니, 콩같은 걸 볶기 시작하고, 바로 옆 화로 같은 곳에도 불을 지피더니 무언가 끓이기 시작한다.

“아니, 여기에도 보약이 있는건가?” 라고 여행경험이 일천한, 편견 가득한 이방인은 혼자 지레짐작하고, 혼자 놀라고, 혼자 셔터를 눌러댄다.

200601_ethiopia_coffee_1

적막 대신 따닥따닥 풀 타는 소리와 뿌연 연기가 공간을 채우기 시작했고 간헐적으로 셔터 소리가 “칙~칙~” 거릴 때마다 카메라에 익숙치 않은 집 주인의 손동작이 멈칫거린다.

 

200601_ethiopia_coffee_2

당연히 약탕기(라고 혼자 이름을 정했는데,)안에 물을 붓고 끓이는 줄 알았는데, 용기가 조금 달아오르자 물을 붓기 시작한다. 아직도 뭘 만드는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이 글 제목이 스포일러…)

 

200601_ethiopia_coffee_3

 

물도 끓고, 콩도 타닥타닥 볶아지고, 구수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그제서야 이방인은 이 보약의 정체를 알아차린다.

혼자 호들갑을 떨면서 “오, 커피!” 라고 외치자 주인과 그의 가족들(이웃일지도 모른다)은 “분나!” 라고 맞받아친다. (암하릭어 분나 = 커피)

200601_ethiopia_coffee_4

 

서울에서 파는 프렌차이즈 커피맛 따위를 상상하며 들뜬 표정으로 가까이 가서 기웃거리고 있는데, 주인이 긴 풀떼기로 콩을 탕약기(이거 뭐라고 불러야하지..) 위쪽에 넣는다.

 

200601_ethiopia_coffee_5그렇게 몇 분이 더 흐르고 홈메이드 분나가 완성된다. 하얀가루가 들어있는 잔에 커피를 따르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쳤다. 가족들도 얼떨결에 같이 박수를 쳐주었다.

주인은 커피잔을 훑어보더니 이가 나간 커피잔은 가족에게 돌리고 가장 깨끗한 잔을 이방인인 나에게 쥐어준다.

형식적으로 눈을 지긋이 감고 향을 맡는 척 하며 “음~” 소리를 내자 주인과 그의 가족들이 아까보다 더 하얗게 된 이를 드러내고 웃어준다. (아 여기서도 개그가 통하는군!)

한모금 들이마시고, 생전 맛보지 못한 커피 맛에 동공이 확대되는 것을 느끼고 “분나, 빠땀 뚜루노!(=very good. 이 말이 아직도 머릿속에 왜 있는지는 미스테리)” 를 외친다.

주인과 그의 가족들(이웃인가?)이 나를 계속 신기한 생물을 보듯 쳐다보며 히죽히죽 좋아한다.

좋아하는 모습에 들떠 커피가 조금 식자 에스프레소에 익숙한 척 원샷을 한다.

이내 표정관리를 못하고 힘껏 찡그리고 말았는데,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아까 잔의 바닥에 있던 하얀가루의 정체는 바로 “소금”이었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마셔본 소금…커피… 한번 시도해보시라.. 묘한 중독성이 있어서 에티오피아 여행 중간중간에 소금커피가 땡기기까지 했다. (지금도 땡긴다!)

에티오피아에 다시 갈 기회가 생긴다면, 홈메이드 소금분나를 꼭 다시 마셔보고 싶다.. 아, 집에서 시도해볼까…